반려동물뉴스(CABN)
최근 전국 곳곳에서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축제와 행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체험 프로그램부터 공연, 플리마켓, 펫산업 홍보부스까지 행사 규모와 콘텐츠도 다양해졌다. 반려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러 반려동물 행사 현장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만으로 정말 성공한 반려동물 축제라고 할 수 있을까?”
행사의 규모가 커지고 방문객과 반려동물이 많아질수록 그에 비례해 안전관리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살펴보면 전문 안전인력이나 반려동물 행동을 이해하는 인력의 배치, 사고 대응 매뉴얼, 공간 분리, 비상동선 등 기본적인 안전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반려동물 축제는 일반적인 지역축제와 다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뿐 아니라 다양한 성격과 크기의 반려동물이 같은 공간에 들어온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반려견끼리 가까워지면서 발생하는 긴장과 충돌, 긴 리드줄이 사람이나 다른 개에게 얽히는 사고, 흥분하거나 불안해진 반려견의 돌발행동, 어린이의 갑작스러운 접근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대형견과 소형견의 체격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뜨거워진 바닥과 폭염으로 인한 열탈진, 부족한 그늘과 음수시설, 혼잡한 출입구, 통행로에 설치된 전기선과 각종 시설물, 열린 펜스와 출입문으로 인한 반려동물 실종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지역축제 운영 방식에 단순히 반려동물을 추가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위험하다. 반려동물 축제에는 반려동물 축제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우리 개는 순해요”라는 말이다. 그러나 보호자에게 순한 것과 낯선 사람이나 어린이, 다른 개, 큰 소음과 수많은 사람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평소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반려견도 낯선 환경에서는 두려움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주변을 지속적으로 경계하거나 몸이 굳고, 과도하게 헐떡이거나 흥분하는 등의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러한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작은 긴장이 충돌이나 물림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 축제의 안전요원은 단순히 조끼를 입고 서 있는 행사 진행요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주요 구역에는 반려견 행동을 이해하고 위험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훈련사나 동물행동 관련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이 배치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발생한 다음 뛰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한 상황을 발견하고 개입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물림이나 반려견 간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흔히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실제 사고 자체는 몇 초 만에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 이전의 상황을 살펴보면 여러 위험요인이 이미 누적되어 있었던 경우가 적지 않다.
긴 리드줄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거나, 좁은 공간에서 개들이 지나치게 가까워졌거나, 어린이가 갑자기 개에게 달려가거나, 흥분한 반려견이 계속 같은 공간에 머물렀는데도 아무도 개입하지 않았을 수 있다. 펜스의 문이 열린 상태로 방치되거나 통행로에 전기선이 놓여 있었던 상황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행사 안전관리자는 단순한 사고 ‘처리자’가 아니라 위험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위험을 관찰하고,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도록 안내하고, 필요하면 보호자에게 이동이나 휴식을 요청하고, 더 큰 문제가 예상되면 즉시 전문인력을 호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판단하고 누가 개입할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 필자는 반려동물 축제를 준비할 때 최소한 총괄책임자와 안전책임자를 명확하게 지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사 규모에 따라 구역책임자, 신고접수 담당자, 동물안전 지원 담당자, 미아·실종 담당자, 사고기록 담당자, 대외연락 담당자 등의 역할도 구체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누가 판단할 것인가?”, “누가 현장에 개입할 것인가?”, “누가 신고를 받을 것인가?”, “누가 보호자와 연락할 것인가?”, “누가 상황을 기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행사 시작 전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서로 자신의 담당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
공간 구성 역시 달라져야 한다. 반려동물 이동구역과 식음료 공간, 공연장, 어린이 공간, 반려동물 휴식·음수 공간 등을 가능하면 구분해야 한다. 행사 성격과 규모에 따라 대형견과 소형견의 활동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비상통로와 문제가 발생한 반려동물을 잠시 분리할 수 있는 임시 격리공간 역시 필요하다.
특히 더운 계절에 진행되는 야외행사라면 그늘과 음수시설, 바닥 온도와 열탈진 위험을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 기상악화가 발생했을 때 어떤 기준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것인지도 사전에 결정해야 한다.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행사 예산의 우선순위다. 무대와 공연, 홍보, 부스 설치와 방문객 유치에는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안전인력과 사전교육, 통신장비, 비상연락망, 안전시설과 모의훈련에는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는다면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다.
행사를 맡은 업체가 반려동물 행동과 안전관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일반적인 행사 운영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반려동물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가 행사를 수주한 뒤 전문인력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성을 우선하게 된다면 결국 안전과 관련된 부분부터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안전인력을 줄여 절감하는 비용보다 사고 한 번으로 발생하는 피해와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클 수 있다.
특히 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반려동물 행사라면 단순히 행사 개최 여부와 방문객 숫자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안전 관련 인력과 시설에 얼마를 투입했는지, 어떤 전문인력이 배치됐는지, 사전 안전교육과 모의훈련을 실시했는지 등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만으로 그 행사가 안전했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개들이 충돌할 뻔했거나, 반려견이 행사장을 빠져나갈 뻔했거나, 어린이가 개에게 갑자기 접근했거나, 시설물 때문에 방문객이 넘어질 뻔했다면 모두 중요한 위험정보다. 이른바 ‘아차 사고’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위험이 발생했는지 기록하고 원인을 분석해 다음 행사에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기록이 쌓여야 반려동물 축제의 안전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이제 지자체 반려동물 축제의 성공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이 방문했는지, 언론에 몇 번 노출됐는지, SNS 조회수가 얼마나 나왔는지만 성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대한 안전사고는 없었는지, 위험상황에 현장요원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 반려동물의 실종이나 충돌 위험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현장에서 발견된 아차 사고가 다음 행사에서 어떻게 개선됐는지까지 평가해야 한다.
사람을 많이 모은 축제가 반드시 성공한 축제는 아니다. 사람과 반려동물이 모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간 축제가 성공한 축제다. 반려동물 축제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제대로 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위험을 먼저 찾고, 공간을 설계하고, 책임자의 권한을 명확하게 하고,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현장에서 위험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개입하고, 발생한 상황을 기록해 다음 행사에 반영해야 한다.
반려인 역시 안전의 중요한 주체다. 행사장에서는 반려견을 보호자 가까이에서 통제하고, 다른 반려동물에게 접근할 때 상대 보호자의 동의를 확인해야 한다. 어린이가 반려견에게 갑자기 달려들지 않도록 보호자와 운영요원이 함께 관리하고, 반려견이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불안해한다면 사람이 즐기기 위해 계속 행사장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휴식공간으로 이동하거나 행사장을 벗어나는 판단도 필요하다.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운영하는 것은 안전관리가 아니다. 사고가 일어난 뒤 잘 수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고 줄이는 것, 그것이 진짜 안전관리의 시작이다. 반려동물 축제가 단순히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지역행사나 일회성 볼거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안전하게 즐기며 올바른 반려문화를 배우는 공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